"고지율 100% 국산 재생지를 찾아서!" 한솔제지 관계자 분들과 미팅을 하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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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저희는 한솔제지에 메일을 한 통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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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심각해지는 기후붕괴와 생태계 파괴의 상황 속에서 나무를 베지 않고 폐지 자원을 재활용하여 사용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점점 더 많은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 재생지 생산 라인업을 모두 보았을 때, 현재 고지율 100% 재생지 중 인쇄용지로 적합한 종이가 사실상 전무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서적 내지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100% 재생지 생산에 관해 아래와 같이 제안드리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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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랄에서 지금까지 100% 재생지를 고수하며 사용해 온 고가의 수입 재생지로는 앞으로 몇 년간 아무리 책을 열심히 만들어도 적자를 벗어날 수 없다는 답답함에서 보낸 메일이었습니다.

저희는 조금이라도 제지 비용을 낮추기 위해 대안을 찾아 나서야만 한다는 절박감이 들었고, A4 두 장 분량의 메일에 100% 재생지 생산의 필요성과 예상 수요, 한바랄이 발로 뛰며 해 올 수 있는 일들을 빼곡히 정리해서 ‘발송’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리고 초조하게 시간을 보내던 중, 답장이 왔습니다.

❝ 한솔제지도 친환경기업으로의 관심이 많은 상황에서 메일로 주신 제안은 너무 감사히 생각됩니다. 제안주신대로 미팅을 진행하여 의견을 나눠봄이 어떨까 생각되는데요. 가능하신 날짜와 장소를 의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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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성사된 한솔제지 관계자 분들과의 미팅..

저희는 100% 재생지로 만든 책과 명함, 출판사 소개 팜플렛과 함께 한바랄이 생기기 전부터 100% 재생지로 책을 만드는 일에 앞장섰던 출판사들의 책 몇 권을 들고 을지로 본사에 찾아갔습니다.

종이 샘플을 한가득 들고 저희를 맞아주신 한솔제지에서는 플라스틱 물티슈를 대체하기 위해 종이 물티슈를 개발하고 서울시와 협약을 맺어 유아원에서 배출된 우유팩을 수거해 종이로 재활용하는 등 환경을 생각하는 종이를 다수 개발해온 제지사답게 저희의 이야기를 무척 진지하게 들어주셨습니다.

저희는 “독립출판계와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100% 재생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습니다!”라며 이러한 수요를 한데 모으면 충분히 신제품 출시에 필요한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만만하게 제안했습니다.

그런데 제지사의 입장에서 신제품을 출시할 수 있는 수요의 단위는 저희의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공장에서 한 종류의 종이가 1분 동안 생산되는 양이 얼마나 많은지 듣고 나니, 그 엄청난 스케일에 주눅이 들고 말았죠..

하지만 저희가 낙담하고 있던 찰나, 관계자 분들은 좋은 소식을 들려주셨습니다. 그것은 바로 한솔제지에서 서적 내지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100% 재생지를 이미 개발 중이라는 것이었죠..(오잉!?)

재생펄프 함유량이 높을 때 색상 재현력이 낮아지거나 인쇄 품질이 비일관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를 극복한 100% 재생지가 한창 개발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더 들어보니, ‘인스퍼’ 시리즈 중 ‘시그니처 에코100’이라는 이름으로 개발 중인 이번 100% 재생지에서 중요한 부분은 나중에 수요가 떨어져서 종이가 다시 사장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관계자 분은 이 대목에서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종이 중에 수요 부족으로 사라진 종이가 많다’며 속상한 마음을 내비치셨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국산 100% 재생지의 성공과 정착을 위해 앞으로 다양한 협업과 콜라보를 진행하자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출판사와 창작자 분들을 모아 재생지 관련 설명회를 열거나 한솔제지 공장을 함께 투어하는 아이디어가 논의되었고, 우선은 한바랄에서 5월 23일에 한솔제지 천안 공장을 답사하고 올 예정입니다.

덜컥 보내버린 메일과 함께 시작된 한솔제지와의 인연..
종이를 바꿀 때 바꾸더라도 할 수 있는 걸 모두 다 해보고 바꾸자고 생각한 한바랄의 모험은 과연 어디로 향하게 될까요?

계속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덧) 이전까지는 저희도 책표지에 비닐 코팅을 하면 재활용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표지에 코팅을 하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에 관계자 분께 여쭤보니 공장에 폐지가 들어오면 비닐을 해리시키는 공정을 통해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유통 중 망가지는 책들을 생각하면 다행스러운 소식이 아닐 수 없는데요! 이번에 공장을 답사하면서 조금 더 구체적인 정보들을 가져와 보겠습니다.

👇 환경을 생각하는 출판에 관심 있으신 출판사와 창작자 분들을 기다립니다. hanbahralbooks@gmail.com이나 한바랄 출판사 인스타그램(@hanbahral_books)으로 연락처를 남겨 주시면 관련 행사를 기획하게 될 때 연락드릴게요!